
인간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유발 하라리의 베스트셀러 『사피엔스』는 이 단순하지만 거대한 질문을 던지며, 인류의 기원에서부터 현대 사회, 그리고 미래의 가능성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시간을 통찰한다. 이 책은 단순한 역사책이 아니다. 그것은 곧 우리 인간의 정체성과 사회 시스템, 그리고 곧 닥쳐올 미래를 사유하게 만드는 철학적 성찰의 장이기도 하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이 인간의 노동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오늘날, 『사피엔스』의 놀라운 통찰력을 다시 한번 되새겨봐야 한다.
1. 『사피엔스』의 핵심: 허구의 힘과 인간 협력의 진화
『사피엔스』는 인간을 지구의 지배자로 만든 핵심 요소를 ‘허구(fiction)’라고 정의한다. 인간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개념들을 공유하고 믿는 능력을 통해 대규모 협력과 복잡한 사회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국가, 종교, 기업, 돈 같은 시스템은 모두 인간의 상상에서 비롯된 허구지만, 그 허구가 문명과 기술 발전의 근간이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허구의 힘은 오늘날에도 강력하게 작동한다. 예를 들어 ‘직장’이라는 개념 자체도 사회적 허구이며, ‘노동의 가치’와 ‘일자리’라는 믿음은 수 세기에 걸쳐 인간 사회의 중심축이었다. 하지만 AI와 로봇이 그 허구를 무너뜨리고 있다. 노동은 인간의 본질인가 아니면 신체기능 유지를 위한 수단과 생존을 위한 방편으로 노동을 신성시 한 허구의 개념이었던가. 이제는 결론을 내려야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여 살 수 있을 것이다.
2. 노동의 종말? AI로봇의 일자리 대체
하라리는 책의 마지막 장에서 ‘호모 사피엔스’ 이후의 인류, 즉 ”호모 데우스(Homo Deus)“의 시대를 예고한다. 이는 신처럼 능력 있는 존재로 진화하거나, 기술에 의해 통제되는 존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양면성을 전망한다.
이 전망은 2020년대 들어 점점 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그리고 자율주행 기술은 제조업뿐만 아니라 화이트칼라 영역까지 노동을 대체하고 있다. 하라리가 경고했던 ‘쓸모없는 계급(useless class)’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사피엔스』는 역사적으로 인간이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을 거치며 생산 수단을 바꿔왔지만, 여전히 노동은 인간 삶의 중심이었다고 본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그마저도 바뀌고 있다. 노동이 인간의 존재 이유에서 밀려나고 있으며, 이는 곧 정체성의 위기로 이어진다.
3. 인간만의 가치는 무엇인가? AI 시대의 인간성
AI가 글을 쓰고, 음악을 작곡하며, 의료진단까지 수행하는 시대이다. 이제 우리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다시 묻고 생각해야 한다. 하라리는 인간의 힘이 ‘허구를 믿고 협력하는 능력’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AI는 점차 인간보다 더 신속하고 정확하게 판단하며, 협력까지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존재의 의미를 증명할 수 있을까? 하라리는 이를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지금의 시스템이 과연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고 있는가?” 그리고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더 자유로워지는가, 아니면 더 통제되는가?”
이 질문은 단순한 철학적 고찰을 넘어서, 현실 정치와 경제, 교육 시스템의 방향성을 고민하게 만든다.
4. 우리가 마주할 미래: 공존 또는 통제
『사피엔스』는 AI나 로봇 기술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으로 이어지는 전환점들을 살펴보면, 지금의 AI 혁명은 그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고 봐야 한다. 중요한 건 기술의 속도가 아니라, 그 기술을 받아들이는 인간 사회의 철학과 제도이다.
하라리는 책에서 반복해서 묻는다. “우리가 만들고 있는 세계는 과연 인간을 위한 것인가?” 이 물음은 지금 AI로 인해 재편되는 노동시장, 교육, 정치, 경제 시스템을 돌아보게 한다.

5. 사피엔스를 읽는다는 것은 미래를 준비하는 일
『사피엔스』는 단지 과거를 조명하는 역사서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미래를 위한 거울이다. 기술의 급진적 진보 속에서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나침반이다. AI와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는 지금, 우리는 하라리의 말처럼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 책은 AI 시대의 인간 정체성, 노동 가치, 사회 구조를 통찰하는 데 강력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호모 사피엔스’로서의 마지막 시대를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 다음은 과연 어떤 시대가 될까?
우리는 미래에 대해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나?
『사피엔스』를 지금 다시 읽어봐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그것은 곧, 다가올 세상을 준비하기 위함인 것이다.
목차 구성
제1부 인지혁명
1. 별로 중요치 않은 동물
2. 지식의 나무
3. 아담과 이브가 보낸 어느 날
4. 대홍수
제2부 농업혁명
5. 역사상 최대의 사기
6. 피라미드 건설하기
7. 메모리 과부하
8. 역사에 정의는 없다
제3부 인류의 통합
9. 역사의 화살
10. 돈의 향기
11. 제국의 비전
12. 종교의 법칙
13. 성공의 비결
제4부 과학혁명
14. 무지의 발견
15. 과학과 제국의 결혼
16. 자본주의 교리
17. 산업의 바퀴
18. 끝없는 혁명
19. 그리고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다
20. 호모 사피엔스의 종말

책 내용 중 일부 보기
“어떤 사회의 질서가 군사력에 의해 지탱된다고 말하는 순간, ”군대의 질서는 무엇이 유지하는가?“하는 의문이 당장 떠오른다. 오로지 강요에 의해서만 군대를 조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소한 일부 지휘관과 병사는 신이든 명예든 조국이든 남성다움이든 돈이든 뭔가를 진심으로 신봉해야만 한다.” p.168
“그는 언제나 노출되어 있었고,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평할지를 항상 염두에 둬야 했다. 그런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자연스럽게 사람의 진정한 가치는 사회적 위계질서 속에서 어떤 위치에 속하느냐,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그에 대해서 뭐라고 말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p.172
“특정 사회의 구성원과 재산의 양이 특정한 임계치를 넘어서면, 대량의 수학적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할 필요가 생겼다. 인간의 뇌는 그 일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시스템은 무너졌다. 농업혁명 이래 수천 년간 인간의 사회적 네트워크는 상대적으로 작고 단순한 상태로 머물러 있었다.~~~~~기원전 3500~3000년 어느 시기에, 익명의 수메르 천재들이 뇌 바깥에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시스템을 발명했다. 대량의 수학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맞춤 시스템이었다. 덕분에 수메르인들은 인간의 뇌에서 비롯되는 사회질서의 제약에서 벗어나 도시, 왕국, 제국의 출현에 이르는 길을 열었다. 수메르인이 발명한 데이터 처리 시스템은 ‘쓰기”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pp.182-193
“농업혁명 이후 수천 년에 이르는 인간의 역사를 이해하려는 시도는 단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인류는 어떻게 자신들을 대규모 협력망으로 엮었는가? 그런 망을 지탱할 생물학적 본능이 결핍된 상태에서 말이다. 간단하게 답한다면, 그것은 인간이 상상의 질서를 창조하고 문자체계를 고안해냈기 때문이다.” p.196
“돈은 돈있는 자에게 들어오고, 가난은 가난뱅이를 방문하는 법이다. 교육은 교육받은 자에게, 무지는 무지한 자에게 돌아가게 마련이다. 역사에서 한번 희생자가 된 이들은 또다시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역사에서 특권을 누린 계층은 또다시 특권을 누릴 가능성이 크다.” p.211
“현대의 자본주의 경제는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 상어가 계속 헤엄치지 않으면 질식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 누군가 제품을 사주어야 한다. 이 시스템을 위한 새로운 윤리가 소비지상주의다.” 요약
“오늘날 미국에서 농업으로 먹고사는 인구는 2%에 불과하다. 하지만 2%가 미국 인구 전체를 먹이고 남은 것은 수출할 만큼 생산하고 있다. 농업의 산업화가 없었더라면 도시의 산업혁명은 결코 일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공장과 사무실에서 일할 사람이 부족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장과 사무실은 농업에서 풀려난 수십억 명의 손과 두뇌를 흡수해서 전대미문의 생산물을 봇물처럼 쏟아내기 시작했다.” p.490
“소비지상주의와 민족주의는 우리로 하여금 우리가 수백만 명의 모르는 사람들과 같은 공동체에 속해 있으며 모두가 공통의 과거, 공통의 관심사, 공통의 미래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게끔 만들려고 무진장 애를 쓴다.” p.512
“생물학자들에 따르면, 우리의 정신세계와 감정세계는 수백만 년의 진화에 의해 만들어진 생화학적 체제의 지배를 받는다. ~~~ 신경, 뉴런, 시냅스 그리고 세로토닌, 도파민, 옥시토신 등의 다양한 생화학 물질에 의해 결정된다. ~~~혈관 속을 요동치며 흐르는 다양한 호르몬과 뇌의 여러 부위에서 오가는 전기신호의 폭풍에 반응하는 것이다. p.544
저명한 평론가의 동영상을 통하여 다시 한번 더 음미해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