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유전자와 『진화의 배신』 – 우리는 왜 살이 찌는가?

 

진화의 배신 책 표지

 

살을 빼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 책을 먼저 읽어야 한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심장병 전문의로 캘리포니아대학교 의학건강과학대학원 학장이자 컬럼비아대학병원 원장인 리 골드먼 박사가 쓴 『진화의 배신』이다. 리 골드먼 박사는 인간의 생존을 위해 최적화된 유전자는 현대사회에서 때때로 ‘독’으로 작용하며, 우리가 겪는 수많은 만성 질환—비만, 당뇨, 심장질환, 심지어 정신질환까지—이 모두 진화의 산물일 수 있다는 사실을 저자는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이 책은 다이어트를 반복해도 실패하는 이유,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유전자가 그렇게 설계되었기 때문이라는 충격적인 주장을 펼친다. 이 책은 진화라는 거대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병들 준비가 되어 있는 존재’로 살아가게 되었는지를 탐색하는 인문학적 과학서다.

특히 한국 사회의 비만 증가와 이로 인한 암, 과도한 음주문화를 생각할 때, 이 책은 현재 우리 삶에 깊은 울림을 준다. 다이어트는 왜 그토록 어렵고, 왜 살은 찌기 쉬운가? 답은 바로 우리의 다이어트 유전자에 있다.

진화의 관점에서 본 다이어트 유전자

리 골드먼은 인류의 비만관련 유전자가 형성된 시점을 수만 년 전 수렵채집 사회로 본다. 이때 인류는 늘 굶주림에 시달렸다. 오늘 하루 음식을 얻지 못하면 내일은 생명이 위태로웠다. 그래서 고칼로리 음식을 빠르게 섭취하고 저장하는 유전자가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즉, 몸에 지방을 잘 저장하는 유전자, 단 음식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유전자, 에너지를 아끼는 유전자가 자연 선택의 결과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지금 우리가 사는 21세기다. 이제는 24시간 편의점에서 언제든지 고칼로리 음식을 구매할 수 있고, 앉아서 일하며 하루를 보내도 된다. 그러나 우리의 유전자는 여전히 “언제 굶을지 모르니 지금 저장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그 결과가 바로 만성적인 비만과 생활습관병이다.

비만은 유전적 운명인가?

리 골드먼은 명확히 말한다. 비만은 개인의 의지 부족이 아니라 유전자와 환경의 충돌에서 비롯된 생물학적 결과다. 물론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짓지는 않는다. 하지만 유전자는 우리의 선택에 ‘경사’를 만든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음식을 보면 쉽게 포만감을 느끼는 반면, 어떤 사람은 먹어도 배가 고프다. 이는 렙틴(leptin), 그렐린(ghrelin) 같은 식욕 조절 호르몬의 차이 때문인데, 이는 유전자에 의해 부분적으로 결정된다.

특히 한국 사회처럼 탄수화물이 중심이 되는 식문화, 스트레스를 술과 음식으로 해소하는 문화, 야근과 밤샘 근무가 일상화된 사회에서는 유전자가 보내는 ‘저장하라’는 신호가 더욱 강력하게 작동한다. 이 책은 바로 그런 한국적 맥락에서 비만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진화의 배신 책 뒷페이지 추천사

 

술, 그리고 진화의 중독

코비드19를 겪으면서 다소 변화가 감지되기는 하지만 한국인의 음주문화는 세계적으로도 특이하다. 단순한 사교의 수단을 넘어, 업무 연장의 연장선이며, 감정 해소의 도구다. 문제는 술도 유전자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발효된 과일의 알코올 향에 끌리는 성향을 갖고 있으며, 이는 고대부터 존재한 진화적 특성이다.

리 골드먼은 술에 대한 선호를 “진화적 중독”이라 설명한다. 알코올은 빠른 에너지원을 제공하며, 스트레스를 일시적으로 완화시킨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간 손상, 내장지방 축적, 당대사 장애 등 수많은 문제를 유발한다. 한국의 현실을 보자. 술자리에서 안주는 대부분 고지방, 고염분이며, 음주 후에는 야식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렇게 반복되는 음주-폭식-수면 부족의 패턴은 다이어트를 망치는 결정적 요인이다.

다이어트는 개인이 아닌 환경의 문제다

『진화의 배신』의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이렇다.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진화의 힘을 거스를 수 없다.” 다이어트를 성공하려면 단순히 식단과 운동 계획을 세우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 환경을 조성하고, 유전자의 약점을 이해하고, 의식적으로 선택을 재설계해야 한다.

고칼로리 간식은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보관하고

정기적인 운동을 의무화된 일상으로 만들며

회식은 술 중심이 아닌 활동 중심으로 전환하고

음식의 질을 점검하는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기적 성공보다 지속가능한 습관의 형성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유전자를 바꿀 순 없어도, 유전자의 발현 방식을 바꾸는 건 가능하다. 이 책은 그 점에서 ‘포기하지 말라’고 말한다.

한국 사회가 주목해야 할 경고

리 골드먼의 이 책은 특히 한국 사회에 특화된 경고로 읽힌다. 빠른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은 이제 경기후퇴에 따른 불안증세로 인한 스트레스와 선진국형 질병—비만, 당뇨, 고혈압, 대사증후군 등—의 위협에 놓여 있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에서의 복부 비만율 증가, 음주에 따른 간질환 사망률 상승, 청소년의 불규칙한 식습관, 비만으로 인한 암은 이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든다.

“나는 왜 항상 살이 찔까?” “왜 다이어트를 결심해도 며칠 못 가는 걸까?”라고 고민했다면, 그 답은 의지 부족이 아니라, 이 책 속 진화의 배신에 있다.

진화를 이해하면 건강이 보인다

『진화의 배신』은 인간의 몸이 어떻게 문명화된 사회에서 고장 나기 시작했는지를 추적하는 동시에, 우리가 그 고장을 어떻게 인식하고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제언서다. 우리는 “나약해서 병드는 것이 아니라, 너무 잘 만들어졌기 때문에 병든다” 그리고 “당신 잘못이 아니다. 유전자의 문제이고, 진화의 흔적이다. 하지만 그것을 이해할 수 있다면, 바꿀 수 있다.”는 이 책의 메시지는 비단 의학적 사실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현대 문명의 철학적 질문이며, 동시에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생존의 문제다.

진화를 알면 삶이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건강이 달라진다.



진화의 배신 내부 페이지

 

목차

1부 인류를 생존시킨 네 가지 형질의 비밀

1장 우리 몸은 어떻게 지금처럼 프로그래밍되었을까

2장 굶주림, 음식 그리고 비만과 당뇨라는 현대병

3장 물, 소금 그리고 고혈압이라는 현대병

4장 위험, 기억, 두려움 그리고 불안과 우울증이라는 현대병

5장 출혈, 응고 그리고 심장 질환과 뇌졸중이라는 현대병

2부 현대 사회에서 우리 몸 보호하기

6장 유전자는 문제를 해결할 만큼 빨리 진화할 수 있을까

7장 우리 행동 바꾸기

8장 우리 체질 변화시키기

 

책 내용중 일부

 

“다 자란 고양이는 유당 소화력이 없어서 우유를 많이 먹을 경우 유당을 소화하지 못하는 사람과 같은 증상을 보인다. 인류 역사 대부분의 기간동안 우리 조상들은 5~7세 즈음부터 락타아제의 활동이 없어져 유당 소화력을 잃는다.”p.47

 

“소속된 무리에서 쫓겨나기라도 하면 혼자 살아남을 수 있는 확률은 극히 낮았다. 그리고 살아남든다 한들 누군가의 짝을 훔치거나 다시 무리에 합류하지 않는 한 후손을 통해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릴 수도 없었다.” p.226


“우리는 살해당한 사람들이 아니라 살인을 저지른 사람들의 자손이다.”p.230

“우리는 이제 육체적 폭력을 동원한 생사를 건 싸움이 아니라 스포츠나 비즈니스에서 경쟁하는 방법으로 사회적 위상을 확보한다.”p.231

“얼마간의 스트레스와 두려움은 살아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것들이 너무 과하거나 그것들에 너무 과민하게 반응하면 상당한 신체 기능 상실을 초래하며, 결국 사고와 행동에 여러 가지 장애를 일으킨다.”p.247

“너무 큰 위험을 감수하거나 너무 주저하면 생존할 수 없다.”p.263

“인간은 근육에 충분한 산소가 공급되지 못하면 젖산이 축적되고 경련이 일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비교적 느린 속도로는 먼 길을 달릴 수 있는 반면, 전속력으로 오랫동안 달리지는 못하는 것이다.”p.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