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튜 D. 리버먼(Matthew D. Lieberman)의 저서 『사회적 뇌, 인류 성공의 비밀』은 인간의 뇌가 본질적으로 사회적 상호작용을 위해 진화했다는 사실을 뇌과학적·심리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풀어낸 역작이다. 리버먼은 이 책에서 사회적 연결이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자 인간 본성을 규정하는 근본적 요소임을 주장한다. 이 서평에서는 이 책의 핵심 메시지를 한국 사회의 문화적 맥락과 접목해, ‘공동체’의 의미와 ‘개인의 자유 및 정체성 침해’라는 관점에서 조명해보고자 한다.
매튜 D. 리버먼은 캘리포니아대학교 심리학·정신의학·생물행동과학 교수로 사회신경과학 분야의 가장 권위있는 연구자 중의 한 명이다. 이 사회에서 한 개인이 방대한 지식을 통합하여 새로운 통찰을 제시한다는 것은 분명히 인간사회의 중요한 진척이자 소중한 가치이다. 리버먼의 사회적 뇌를 읽으며 우리는 본질적으로 인간이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에 공동체의 질서를 존중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인정한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 개인이 타인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어하는 자유와 독립적인 자아실현의 욕망과 의지와 이상이 존재함도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그 둘 사이에 분명한 딜레마가 존재하기 때문에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읽고 되새김질 해보기로 한다.
생존의 진화적 조건-사회적 연결
리버먼은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이기 이전에 연결되는 존재다”라고 말한다. 이는 인간의 뇌에서 “기본 모드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는 방식에서 드러난다. 이 네트워크는 우리가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 때’ 자동적으로 작동하는 뇌 영역으로, 주로 사회적 정보(타인의 감정, 의도, 관계 등)를 처리한다. 즉, 인간의 뇌는 ‘휴식 상태’조차 사회적 문제를 사고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통찰은 우리가 왜 외로움이나 소외에 대해 극심한 고통을 느끼는지를 설명해준다. 외로움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생존 위협을 알리는 신호이며, 고립은 신체적 고통 못지않은 뇌 반응을 유발한다. 리버먼은 이를 통해 인간이 근본적으로 공동체적 존재임을 강조하며, “사회적 고통은 실제 고통이다.”라는 명제를 제시한다.
개인 정체성의 기원을 공동체에서 찾을 수 있나
이 책에서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정체성”이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리버먼은 아이가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서부터 도덕 규범, 역할 인식까지 대부분의 정체성 형성이 사회적 맥락 안에서 이루어진다고 설명한다. 타인의 시선, 집단의 기대, 사회적 피드백은 모두 개인의 자아를 형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한국 사회를 떠올려보자. 우리는 흔히 ‘눈치 문화’ 혹은 ‘체면 문화’를 지적하며 타인의 평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사회적 경향을 비판하곤 한다. 그러나 리버먼의 관점을 따른다면, 이러한 사회적 감수성은 단순히 문화적 특성이 아니라, 뇌의 본성에서 비롯된 생존 전략일 수 있다. 이는 우리의 정체성이 공동체 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공동체와 개인의 자유, 그 불편한 진실
문제는 이러한 사회적 뇌의 본성이 개인의 자유와 자율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리버먼은 ‘사회적 고통을 피하고자 하는 본능’이 때때로 “순응”을 부르고, 그 순응은 자아의 진정성을 억압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조직 내 문화, 교육 체계, 가족 구조 등은 ‘사회적 보상’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을 조용히 통제한다.
이 점에서 리버먼의 분석은 ‘자유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로 이어진다. 우리는 스스로를 자유로운 존재로 인식하지만, 실상은 ‘관계’와 ‘기대’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틀 속에서 자율성을 제한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진정한 자유는 외부의 억압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자율성을 위협하는 사회적 조건을 인식하고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능력에서 비롯된다고 저자는 암시한다.

사회로부터 스스로 고립된 사람들-디지털 사회와 사회적 뇌
현대 사회는 SNS와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 과거보다 훨씬 넓은 범위에서 사람들과 연결된다. 하지만 이 연결이 반드시 ‘진정한 공동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디지털 공간은 정체성을 구성하는 사회적 피드백이 즉각적이고 자극적으로 주어지는 환경을 만들어낸다. 이는 사회적 뇌의 기능을 과도하게 자극하며, 정체성의 혼란과 피로를 유발한다.
이 책을 한국 사회의 젊은 세대, 특히 ‘Z세대’와 연결해본다면 더욱 흥미롭다. ‘관계 피로’, ‘개인주의의 확산’, ‘연결된 고립’이라는 현상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사회적 뇌가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며 겪는 진화적 충돌일 수 있다. 공동체의 의미가 재구성되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사회적 뇌의 본성을 이해하고, 새로운 방식의 공동체를 상상할 필요가 있다.

자유를 되찾기 위한 사회적 뇌에 대한 이해
『사회적 뇌, 인류 성공의 비밀』은 단순히 뇌과학과 사회심리학의 교차점에서 쓰인 학술서가 아니다. 그것은 오늘날 개인과 사회, 자유와 공동체, 정체성과 순응 사이의 긴장 관계를 성찰하게 만드는 철학적 도전이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사회적 존재이기에, 공동체 없이 살 수 없다. 그러나 그 공동체가 개인을 억압하고 정체성을 왜곡할 때, 우리는 어떻게 자유로울 수 있을까?

매튜D. 리버먼의 사회적 뇌는 이에 대한 답을 직접적으로 제시하지 않지만, 한 가지 분명한 방향을 제시한다. 사회적 뇌의 메커니즘을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더 이상 무의식적인 순응에 머무르지 않고, 더 의식적이고 주체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 인간의 자유와 자아완성이라는 본능적 이끌림을 공동체에의 헌신이라는 의무와 조화시키지 못한다면 인간은 기계의 부품으로 전락하거나 사회 부적응자로 낙인찍혀 인간 존재로서의 기쁨을 느끼지 못한 채 끝나고 말 것이다. 결국 이 책은 인간 본성에 대한 과학적 탐구를 넘어, 자유와 공동체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강력한 사유의 도구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