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미국 대선에서 다시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세계 정치 무대의 중심에 선 도널드 트럼프는, 정치인이기 이전에 부동산 개발업자이자 협상의 대가로 유명했다. 그의 대표 저서인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은 1987년에 출간된 이후, 수많은 외교전문가, 사업가와 투자자들에게 협상가라면 꼭 읽어봐야 할 바이블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이번 글에서는 이 책이 오늘날 부동산 거래자, 무역업자, 그리고 기업 인수합병(M&A)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어떤 실질적 통찰을 제공하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트럼프의 거래의 기술 속에 숨겨진 거래의 기술
트럼프는 책의 처음을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나는 돈 때문에 거래를 하는 것은 아니다. 돈은 얼마든지 있다. 내게 필요한 양보다 훨씬 많다. 나는 거래 자체를 위해서 거래를 한다. 거래는 나에게 일종의 예술이다.”(p.17) 언뜻 보기엔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문장에는 협상가로서 트럼프가 활용하는 심리 전략의 핵심이 녹아 있다.
첫째, 그는 거래에서 돈이 전부인 것처럼 보이는 상대방의 사고를 무력화시키는 동시에, 금전적 여유가 있다는 인상을 통해 협상에서의 우위를 점한다. 이는 상대에게 심리적 부담을 주면서도 자신은 여유로운 태도를 유지하게 만드는 일종의 전략적 연출이다.
둘째, 그는 자신이 거래를 예술로 여긴다고 말함으로써, 돈을 넘어선 고차원의 동기를 부여하고, 협상의 흐름을 감정이나 숫자가 아닌 ‘주도권’의 영역으로 끌어올린다.
이 대목은 단순한 자만의 표현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협상이라는 무대 위에서 자신을 어떻게 연출하고, 상대를 어떻게 프레임에 가두느냐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트럼프는 협상에서 상대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자신을 설득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이처럼 『거래의 기술』은 한 문장 속에서도 복수의 전략이 교차하는, ‘기술 속의 기술’을 담고 있는 책이라고 필자는 판단한다.

트럼프의 ‘거래’ 철학, 그 본질은?
『거래의 기술』은 단순한 자서전이나 성공담이 아니다. 트럼프가 실제로 뉴욕 맨해튼의 부동산 시장에서 어떻게 기회를 포착하고,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협상을 벌였는지에 대한 시간과 현장상황을 중심으로 한 생생한 기록이다. 그는 책에서 “거래란 곧 예술이며, 이를 통해 가치를 창조하고 세상을 바꾼다”고 강조한다. 그의 철학은 간단하지만 사업가로서 리더로서 강력함을 보여준다.
1. 크게 생각하라 (Think Big)
2. 대안은 항상 준비하라 (Have Options)
3. 레버리지를 활용하라 (Use Leverage)
4. 상대방의 욕구를 파악하라 (Know What They Want)
5. 끝까지 밀어붙여라 (Push and Push Again)
이러한 원칙들은 단지 부동산 개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트럼프의 거래 전략은 글로벌 무역 협상은 물론, 기업 간의 M&A 협상 테이블에서도 충분히 적용 가능한 핵심 사고방식이자 협상 실무방식이다.
지금 부동산 거래를 준비중이라면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트럼프는 뉴욕의 허름한 호텔 하나를 시세보다 낮게 매입해 수천만 달러의 이익을 남긴 일화를 소개하며, 시장의 “감정”보다 “정보”와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부동산 거래를 준비하는 독자라면 다음과 같은 조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정보가 곧 힘이다: 트럼프는 철저한 사전조사와 현장 분석을 바탕으로 협상의 우위를 점한다. 이는 지역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읽고 매입·매도의 타이밍을 가늠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태도다.
- 가격이 아닌 ‘가치’를 보라: 외형적 조건이 아닌, 개발 가능성과 향후 수익성에 집중하라는 조언은 부동산 투자자적 사고를 보여준다.
- 관계 구축의 중요성: 구청 공무원, 건축사, 대출은행과의 관계망이 거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가격 협상’ 이상의 전략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무역업자는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트럼프의 책은 글로벌 무역 협상에서 나타나는 심리전과 주도권 경쟁에도 유용한 통찰을 준다. 특히 그는 협상의 초반부터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협상 상대에게 “당신이 나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는 인식을 심는 데 아주 능숙하다.
- 포지셔닝 전략: 무역업자라면 자신이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유일성’을 강조해 거래를 주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 가격보다 조건을 협상하라: 트럼프는 단순히 금액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인 이익, 브랜드 가치, 시장 확대 등 다층적 조건을 활용한다. 이는 무역 협상에서도 응용 가능한 기술이다.
- 협상은 감정이 아닌 게임이다: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철저히 목표 지향적으로 움직이는 태도는 국제 무역 협상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어 낸다.
M&A 실무자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
트럼프는 단순히 자산을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를 만든다’고 말한다. 이는 곧 브랜드 가치와 기업 철학을 활용해 협상 테이블에서 우위를 점하는 방식이다. 기업 인수합병을 고려하는 실무자는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 협상 프레임을 선점하라: M&A는 숫자 싸움이 아니라 서사와 명분 싸움이다. 트럼프는 언제나 자신이 ‘가치 창조자’임을 먼저 부각시킨다.
- 정보의 비대칭을 활용하라: 거래 당사자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협상에 임하면, 가격과 조건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 협상은 1회성 이벤트가 아닌 과정이다: 트럼프는 장기적인 관계를 고려한 전략적 협상을 추구한다. 이는 M&A에서도 마찬가지로, 향후 통합 과정까지 고려한 설계가 중요하다는 점을 환기시켜준다.
책의 한계점
이 책은 협상학 교재가 아니기 때문에 모든 거래자에게 정답을 주는 것은 책이 아니다. 1980년대 미국 중심의 성공사례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한국적 상황이나 아시아 시장과는 괴리가 있을 수 있다. 또한 트럼프 특유의 공격적, 자기중심적 스타일은 현실 협상에서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어디까지나 거래의 ‘프레임’과 ‘사고방식’을 배우는 교본으로 활용하고, 실전에서는 유연성과 문화적 맥락을 반영한 전략이 필요하다.

거래의 기술에서 배우는 협상의 본질
『거래의 기술』은 단지 사업가 트럼프의 성공담을 넘어서,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크고 작은 거래를 어떻게 주도할 것인가에 대한 핵심 통찰을 제공한다.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해외와 무역 계약을 맺거나, 기업을 인수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유효한 전략적 무기가 될 수 있다.
트럼프는 말한다. “가장 위대한 거래는,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할 때 내가 해내는 거래다.” 이 책은 바로 그 가능성의 문을 여는 열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