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그 역사와 전개』 – 청소년을 위한 존 K. 갈브레이스의 화폐 이야기

돈 그 역사와 전개 책 앞 표지


화폐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현대 경제학의 거목 존 케네스 갈브레이스(John K. Galbraith)의 저작 『MONEY: Where it Came, Where it Went』는 이 단순한 질문에서 출발해, 인류 문명의 발전과 함께 변화해온 화폐의 본질과 역할을 탐구한다. 오늘날 우리는 지갑이나 스마트폰 안에 돈을 담고 다닌다. 물건을 살 때, 식사를 할 때, 또는 온라인 게임 아이템을 결제할 때도 ‘돈’은 당연하게 사용된다. 하지만 돈은 언제부터 있었을까? 그리고 우리는 왜 돈이라는 수단에 이렇게 의존하게 되었을까?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갈브레이스는 그의 책 『돈: 그 역사와 전개』를 통해 이러한 질문에 명쾌한 답을 제시한다. 이 책은 단순히 경제학 개념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 문명의 발전과 함께 돈이 어떻게 탄생하고 변형(재료의 안정성, 가치성, 분할성)되며, 어떤 사회적 기능을 수행해 왔는지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돈의 기원은 ‘교환의 불편함’에서 시작되었다

갈브레이스는 돈의 기원을 물물교환의 한계에서 찾는다. 예를 들어, 닭을 가진 사람이 빵을 원한다 해도, 빵 주인이 닭을 원하지 않는다면 거래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처럼 ‘교환의 일치’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공통의 교환 수단, 즉 돈이 필요해졌고, 이를 통해 사회 전체의 거래가 원활해졌다는 것이다.

초기에는 조개껍데기, 금속, 곡물 등이 돈으로 사용되었고, 이후 국가 권력이 이를 제도화하면서 지금의 화폐제도가 자리를 잡았다. 중요한 점은, 돈이 단지 ‘가치 저장 수단’이 아니라 사회 질서를 유지하고 국가 권력을 뒷받침하는 장치라는 점이다.

돈은 단순한 수단이 아니라 ‘사회적 계약’

갈브레이스는 돈을 ‘신뢰에 기반한 사회적 계약’으로 본다. 우리가 지폐 한 장을 받아들이는 이유는, 그 종이조각이 본질적으로 어떤 가치가 있어서가 아니라, 국가와 사회 전체가 그것을 ‘가치 있는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이 신뢰는 국가가 법적 강제력을 바탕으로 보장해주기 때문에 가능하다.

예컨대, 한국은행이 발행한 10,000원권은 대한민국 정부가 그 가치를 보장하며, 모든 국민이 이를 받아들인다. 즉, 화폐는 국가라는 시스템이 유지되는 전제 하에서만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책 내용중 한 페이지 사진



가상화폐와 암호화폐의 부상, 그리고 그 그림자

그렇다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가상화폐(암호화폐)는 어떨까? 표면적으로는 ‘분산형 기술’과 ‘탈중앙화’를 내세우며, 기존 화폐의 대안처럼 보인다. 특히 청소년이나 젊은 세대에게는 미래지향적이고 혁신적인 기술로 인식되기도 한다.

하지만 갈브레이스의 통찰을 바탕으로 보면, 가상화폐는 국가가 보장하는 신뢰 체계 바깥에 존재하는 시스템이다. 다시 말해, 법적 강제력도 없고, 사회적 합의도 부족한 상태에서 ‘화폐’라는 기능을 자의적으로 수행하려는 시도인 것이다. 국가가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는 데는 여러가지 수단(종교, 정치, 법, 화폐 등)이 있지만 그 중 먹고 사는 문제를 효율적으로 매개해 주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 화폐제도이다. 만약 국가가 화폐의 유통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정치나 종교로 인한 내전보다 더 끔찍한 혼란이 올 수도 있다.

이러한 가상화폐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 신뢰의 기반 부족: 누가 이 화폐의 가치를 보장하는가? 가격이 하루 만에 반토막이 날 수도 있는 불안정한 구조는 신뢰를 구축하기 어렵다. 이처럼 신뢰가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가상화폐(전자화폐) 발행(보유)주체가 보유자의 요구시 현금으로 교환해주겠다며 광고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 탈세 및 범죄 악용: 익명성과 추적 불가능성을 악용해 불법 자금 세탁이나 마약 거래에 사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는 국가의 통화 주권과 법 집행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
  • 사회적 불평등 심화: 초기에 코인을 매입한 소수 투자자들만 이익을 독점하는 구조로, 결국 금융 민주화보다는 투기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 한 국가 내적으로 화폐는 그 공동체를 건전하게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즉, 국가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통하여 시장경제가 외곡될 때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데 국가의 통제력을 떠난 전자화폐, 가상화폐가 증가하면 엄청난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공황이 와도 국가의 개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왜 청소년이 지금 ‘돈의 본질’을 배워야 하는가?

청소년 시기는 경제 감각이 자라나는 중요한 시기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욕망이 아니라, 돈이 무엇인지, 왜 사회는 돈을 중심으로 움직이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돈을 바라보아야 할지를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돈: 그 역사와 전개』는 1977년에 국내에 번역되어 초판이 발행되었으나 현재는 절판된 책이다. 그러나 국내에 이정도 수준으로 화폐에 대한 본질과 역사 그리고 공동체에서의 역할에 대해 심오한 수준으로 기술된 책은 없었다. 그리고 읽는 내내 흥미진진하고 긴장감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그러나 활자가 너무 작고 세로로 된 글이라 청소년들을 위한 가로로 된 활자가 조금 더 큰 책으로 재출간되기를 기대한다. 인터넷 서점을 찾다보면 중고책이 유통되고 있으며 귀한 책이라 상당히 비싸다. 5만원 내외로 팔리고 있다.

가상화폐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키워야 할 때

최근에는 메타버스나 블록체인 기술과 연계된 새로운 가상경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더욱 비판적 사고를 가져야 한다. 새로운 기술이 항상 ‘진보’를 의미하지는 않으며, 그 이면에는 사회적 통합을 해체하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존 갈브레이스의 책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돈은 기술이 아니라 제도이며, 무엇보다 사회적 합의와 신뢰가 핵심이다.” 돈은 단순한 유통수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공동체를 효율적이고 건전하게 유지하는에 꼭 필요하여 인류가 발전시켜온 가장 놀라운 사회 안전장치 중의 하나이다. 돈은 유기체의 혈액과 같은 것이다. 심장과 뇌가 컨트롤 하지 못하는 다른 종류의 혈액이 유기체를 돌아다닌다고 상상하면 놀라운 일임이 분명하다.

목차

책의 목차부분 사진



1. 화폐(貨幣)

2. 주화(鑄貨)와 재보(財寶)에 관하여

3. 은행

4. 은행을 위한 은행

5. 지폐(紙幣)에 관하여

6. 혁명의 도구

7. 통화전쟁

8. 위대한 타협

9. 타협의 대가

10. 나무랄데 없는 제도

11. 금본위제의 붕괴

12. 극에 달한 인플레이션

13. 스스로 입힌 상처

14. 화폐의 유통이 정지하게 되었을 때

15. 불가능한 일에 대한 우려

16. J M 케인즈의 등장

17. 전쟁과 다음의 교훈

18. 좋았던 시대-차대(次代)에의 준비

19. 새로운 경제학의 전성기

20. 그 후의 전개

청소년이 돈에 대해 배우는 첫걸음으로, 그리고 가상화폐를 맹신하기 전에 꼭 읽어야 할 필독서로 존 K. 갈브레이스의 『돈: 그 역사와 전개』를 추천한다. 지금 우리의 일상 속에 너무나 당연하게 존재하는 돈이라는 것이, 사실은 오랜 역사와 사회적 고민의 산물임을 이 책은 친절하고 설득력 있게 알려준다. 기술이 아무리 진보해도, 우리가 사는 사회는 ‘신뢰’를 바탕으로 작동한다. 그리고 그 신뢰의 핵심에는 ‘국가가 보장하는 화폐’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