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전산 이야기, AI 시대의 근성과 속도의 경영철학



1. 다시 읽는 『일본전산 이야기』 – 2009년, 그리고 2025년

2009년에 출간된 김성호 작가의 『일본전산 이야기』는 당시 경영자들 사이에서 하나의 바이블처럼 읽혔다. ‘미친 듯이 일하는 회사’, ‘근성으로 승부하는 조직’, ‘속도 경영’ 등 자극적인 키워드가 넘쳐나는 이 책은 일본전산이라는 중소기업이 어떻게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2025년, 우리는 완전히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산업 전반을 주도하며 인간의 역할과 노동의 개념이 재정의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이 책은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을까?

2. AI 시대, 인간 중심의 경영철학은 유효한가?

요즘 경영서들은 대부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AI 도입 전략, 빅데이터 분석 등의 주제를 다룬다. 인간보다는 시스템, 감정보다는 알고리즘, 노력보다는 자동화가 중시된다. 그런 면에서 『일본전산 이야기』는 시대에 역행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이 책은 AI도, 자동화도, 디지털 기술도 아닌 ‘인간’에 초점을 맞춘다. 정확히 말하면, “미친 듯이 일하는 인간”, “모든 일에 책임을 지는 인간”, “시장을 향해 끊임없이 달리는 인간”이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지금 다시 읽을 가치가 있다. AI가 일의 ‘수행’을 맡는 시대일수록, 그 기술을 ‘왜’ ‘어떻게’ 써야 하는지는 인간만이 결정할 수 있다. 일본전산의 경영자 나가모리 시게노부가 강조했던 ‘마음가짐’, ‘근성’, ‘자기 책임’은 여전히 기업 경영의 본질이라는 점에서,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대체 불가능한 가치다.

3. 일본전산의 3대 정신, 지금도 통하는가?

『일본전산 이야기』의 핵심은 일본전산의 3대 정신으로 요약된다:

  • “즉시 한다(Do it now)”
  • “반드시 한다(Do it without fail)”
  • “될 때까지 한다(D0 it until completed)”

단순하고 거칠지만 강력한 이 원칙은 지금 AI와 로봇으로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는 수많은 기업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 “기술보다 먼저 바뀌어야 할 것은 조직의 태도가 아닐까?”
  • “자동화를 도입하는 이유는 결국 ‘일을 잘하기 위해서’인데, 그 일을 대하는 사람의 태도가 방치된다면 기술만으로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지금도 수많은 스타트업이 기술은 최첨단이지만 팀워크나 조직 문화 문제로 무너진다. 반면 일본전산은 기술력보다 ‘사람의 각오’를 먼저 키웠다. 2025년에도 이 순서는 유효하다. 기술은 수단일 뿐, 목적은 결국 사람이 만든 가치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책 내용 중 한 페이지 사진



4. “속도경영”, AI 시대에도 통할까?

일본전산은 ‘결단과 실행의 속도’를 무기로 세계 1위의 전장 모터 기업이 되었다. 나가모리 사장은 “결정은 3분, 행동은 1초”를 외쳤고, 직원들도 ‘생각보다 행동’을 우선했다. 2025년의 경영환경에서는 이런 속도감이 AI를 통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기술의 속도는 아무리 빨라도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조직이 있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핵심은 ‘사람의 마인드’다. 아무리 빠른 AI 시스템이 도입돼도 이를 수용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사람,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조직은 기술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일본전산이 강조했던 ‘즉시 실행’, ‘주인의식’은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대체될 수 없는 조직 DNA다.

5. 2025년의 조직은 일본전산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현대의 직장인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정신 건강, 자율성 등을 중시한다. 일본전산의 ‘군대식 조직문화’는 이런 시대적 감수성과 충돌한다. 실제로 일본전산은 ‘블랙기업’이라는 비판도 받았고, 오늘날 그대로 모방하는 건 부작용이 클 수 있다.

하지만 핵심은 ‘모방’이 아닌 ‘본질의 재해석’이다. 우리는 일본전산의 조직문화에서 다음과 같은 본질을 추출해낼 수 있다

  • 일에 대한 책임감과 주인의식
  • 목표에 대한 집중력과 절박함
  • 기술을 넘어서는 인간의 태도와 자세

이러한 요소들은 2025년에도 여전히 통한다. 오히려 AI와 협업해야 하는 지금, 인간의 ‘비기술적 요소’는 더욱 중요해졌다. 협업 능력, 윤리적 판단력, 감정지능, 책임감은 자동화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능력이기 때문이다.

6. AI와 인간, 그리고 ‘의지’의 경영

2025년은 AI의 시대이자 ‘의지’의 시대다. AI는 인간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려주지 않는다. 방향을 제시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몫이다. 『일본전산 이야기』는 그 방향성과 의지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무조건 한다”는 구호는 단순한 의지박약의 극복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선택에 책임진다”는 의미다. AI가 제시하는 수많은 옵션들 앞에서 갈등하는 지금의 조직과 개인에게, 이 메시지는 더욱 절실하다.

책 뒷 페이지 사진



7. 『일본전산 이야기』는 AI 시대의 인간 교과서다

김성호 작가의 『일본전산 이야기』는 단순한 경영 성공담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 중심의 경영철학이 기술의 시대에도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AI, 로봇, 자동화가 일상의 일부가 된 지금, 이 책은 오히려 더 강력한 울림을 준다.

  • 기술은 일을 대신해줄 수 있지만, 일의 의미는 인간만이 부여할 수 있다.
  • 속도는 자동화로 확보할 수 있지만, 방향은 인간의 의지에서 나온다.
  • 결정은 알고리즘이 대신할 수 있지만, 책임은 인간만이 질 수 있다.

2025년의 우리는 다시금 『일본전산 이야기』를 읽어야 한다. 이 책은 2009년 초판이 출판되어 2023년판 까지 50만부가 팔린 최장기 베스트셀러다. 나가모리 일본전산 회장은 2022년 4월, 경영 일선을 떠난 지 10개월 만에 CEO로 다시 돌아왔다. 저성장 시기에도 일본전산은 보란 듯이 2022년 3분기(7~9월)에 역대 최대 이익을 달성하며 침체에 빠진 기업을 회생시켜 소위 ‘나가모리이즘’을 또다시 증명했다. 저성장시대 끝없는 불황의 시대에도 인간과 조직의 용광로 같은 열정은 영원히 유효할 것이다. 인간의 노동은 인간의 정신과 신체를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인간 에너지의 본질이다. 그것이 AI 자동화 시대라도 인간 스스로를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