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처드 탈러와 캐스 선스타인의 행동경제학 혁명
세상이 너무 무겁게 느껴지는가?
지금 이 순간, 우리는 기후변화와 전쟁, 경제 침체, 사회 불평등 같은 거대한 문제들에 둘러싸여 있다. 무기력하고 절망적인 시대, 과연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정치는 답을 주지 못하고, 기술은 아직 멀기만 하며, 시스템은 경직되어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넛지(Nudge)』는 뜻밖의 해답을 제시한다.
그것은 바로 “살짝 찌르기”, 즉 넛지다.
넛지란 무엇인가?
넛지(nudge)란, 강제하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의 선택을 더 나은 방향으로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말한다.
리처드 탈러와 캐스 선스타인은 이 책에서 ‘선택설계자(choice architect)’라는 개념을 통해 사람들이 어떻게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환경을 설계할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예를 들어, 학교 식당에서 건강식을 눈높이에 맞춰 진열하거나, 전기요금 청구서에 ‘이웃보다 당신이 전기를 더 많이 썼습니다’라는 문구를 넣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건강과 에너지 절약을 선택한다. 이것이 바로 넛지의 힘, 작은 변화가 만드는 큰 차이이다.
무거운 문제에 넛지가 필요한 이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한다. “기후위기를 막으려면 정부나 대기업이 나서야지, 개인이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그러나 탈러는 말한다. 오히려 개인의 선택이 모여 사회의 방향을 바꾼다고.
예컨대, 플라스틱 빨대 대신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것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 채식 위주의 식단을 선택하는 일들이 사소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넛지 관점에서 보면, 이런 행동을 유도하는 환경—카페에서 텀블러 할인, 기본 선택을 ‘무플라스틱’으로 설정하는 것—은 수백만 명의 행동을 변화시켜 기후위기 해결의 초석이 된다.
전쟁이나 경제위기 같은 거대 시스템 문제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의 인식, 선택,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이 바뀌면, 결과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세금 신고서를 간소화하거나 기본값을 ‘자동 기부’로 설정하는 정책은 시민 참여와 사회적 기여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것이 『넛지』가 가진 혁신성이다.

강요가 아니라 제안, 자유의지를 존중한 설계
『넛지』가 주목받는 이유는, 인간의 비합리성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행동을 개선하기 때문이다. 이는 전통 경제학이 가정한 ‘합리적 인간(Homo Economicus)’의 틀을 깨뜨린 행동경제학의 성과이기도 하다.
넛지는 명령이 아니다. 사람의 자유의지를 침해하지 않고도 더 나은 선택을 가능하게 만드는 부드러운 개입이다.
이 책은 ‘자유주의적 개입주의(libertarian paternalism)’라는 개념으로 이를 정당화한다. 즉, 사람들에게 선택의 자유는 그대로 보장하되, 더 건강하고 더 친환경적이며 더 윤리적인 결정을 쉽게 만들어주는 방식이다.
일상의 넛지, 삶을 바꾸다
『넛지』는 단순히 정책 입안자나 공공기관을 위한 책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일상 속 선택설계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실용적이다.
아이의 방을 정리하게 하고 싶다면? 정리함을 눈에 잘 띄는 곳에 두어라.
배우자가 건강하게 식사하길 원한다면? 냉장고의 맨 앞에 샐러드를 두어라.
팀 회의에서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끌어내고 싶다면? 먼저 익명 아이디어 제안 칸을 만들고, ‘가장 독특한 의견’을 발표하게 하라.
이처럼 넛지는 가정, 직장, 교육, 심지어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무한히 활용 가능하다. 작은 찌르기 하나가 타인의 선택을 바꾸고, 그 변화는 또 다른 변화를 불러온다. 선한 영향력의 파동이 시작되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의 힘을 일상에 적용하라
리처드 탈러의 『넛지』는 행동경제학과 선택설계라는 개념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책이다.
“넛지를 통한 변화”, “선택설계 사례”, “행동경제학 실천법” 등 관련 키워드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거창한 혁명이 아니라, 작은 넛지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거대한 문제 앞에 종종 무력감을 느낀다. 그러나 『넛지』는 말한다. “변화는 작고 사소한 곳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사소함이 모이면, 결국 세상을 바꾸는 큰 힘이 된다고.
정치도, 경제도, 환경도 결국은 인간의 선택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선택을 더 현명하게 만들기 위한 방법은 바로 ‘넛지’다. 우리 모두가 선택설계자가 될 수 있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제 당신 차례다. 오늘 누군가의 선택을 더 나은 방향으로 넛지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변화의 시작이다. 지금 옆 사람에게 강요하지 말고 살짝 찔러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