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ret』 론다 번, 신비의 법칙인가, 욕망의 신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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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3천만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밀’

론다 번(Rhonda Byrne)의 『The Secret』(2006)은 233page의 작은 책으로 전 세계적으로 3천만 부 이상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평생 소원을 이룰 수 있는 비법을 혼자만 알게 된 것처럼 희열을 느끼며 다른 사람에게는 비밀로 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시간 날 때마다 상상하고 기도하고 잠자기 전에 상상하고 기도하고 일어나자마자 침대에 누워 상상하고 기도한다. 10년, 20년 그렇게 한다. 작은 소원들은 그렇게 이루어진다. 그러나 본인의 인생에 가장 중요한 치열한 경쟁으로 얻어지는 그 무엇은 절대 그렇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아! 정말 중요한 일은 그 과정과 일을 세분화하여 하나씩 하나씩 실천하고 에너지를 투입하고 협조를 얻어내어 최종 목표점에 가는 것, 계단을 하나씩 올라가는 것, 사다리를 한 칸씩 올라가는 것이었는데” 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이미 나이가 들어버렸고 에너지는 고갈되고 기억도 깜박깜박한 노인이 되어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자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다시 책으로 돌아가보자. 이 책은 “생각이 현실을 만든다”, “원하는 것을 이미 이루어진 것처럼 상상하라”, “우주는 당신의 생각을 현실로 만들어준다”는 등의 메시지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부와 성공, 건강, 사랑, 명예 등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을 ‘끌어당김의 법칙(Law of Attraction)’이라는 개념으로 단순하게 설명하며, 신비주의적 분위기를 더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들은 과연 사회적으로, 철학적으로, 그리고 종교사회학적으로 유효할까? 인간은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 사회적 동물이며, 자신의 욕망만으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다. 이 글에서는 『The Secret』이 인간 본성에 대한 오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집단적 욕망을 자극해 ‘노력 없는 성공’이라는 환상을 판다는 점에서 일종의 세속적 종교상품임을 비판적으로 조명하고자 한다.

모두가 성공하면 아무도 성공한 것이 아니다

『The Secret』은 누구나 간절히 원하기만 하면, 이미 그것을 얻은 것처럼 생각하고 믿기만 하면, 우주가 그것을 현실로 가져다준다고 말한다. 그러나 인간 사회는 협력과 경쟁의 복합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부, 명예, 권력, 지위는 상대적 가치로, 한정된 자원이다. 모두가 동시에 최고가 될 수 없고, 모두가 동시에 부자가 될 수 없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타인과 관계를 맺고 공동체 안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그 공동체는 공정한 규칙, 책임의 분담, 협력의 원리를 기반으로 유지된다. 여기서 능력과 성실함, 기여도가 높은 사람이 더 중요한 역할을 맡고, 더 큰 보수와 대가를 얻게 되며, 그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존경을 받게 된다. 즉, 성공이란 단지 ‘간절히 원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에 더 중요하고 큰 기여와 역할과 책임을 다하여 경쟁에서 승리한 결과 그 보상으로 주어지는 것이다.

모두가 같은 것을 원하고 상상한다고 해서 그 가치가 실현된다면, 그 자체로 그 가치의 희소성은 사라진다. 현실에서 가치란 차별적 기여와 성취를 바탕으로 형성된다. 『The Secret』은 이런 구조를 무시하고, 인간의 욕망을 무한히 실현할 수 있는 듯한 환상을 제공한다.

건강과 가정은 상상 아닌 실천으로 이루어진다

『The Secret』은 건강과 가정의 화목 또한 끌어당김의 법칙으로 해결된다고 주장한다. “병을 생각하지 말고 긍정적인 생각, 건강을 상상하라”, “당신은 생각과 감정으로 무한한 공급원을 활용하여 소원을 실현할 수 있다”는 식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건강은 꾸준한 운동, 식단 조절, 수면 관리, 스트레스 조절 등 일상적인 자기관리가 선행되어야만 얻을 수 있는 결과다.

인간관계나 가정의 화목은 희생과 봉사와 책임의 결실이다. 사회나 가족 구성원 간의 신뢰와 이해, 배려, 때로는 자기 욕망의 절제가 화목한 공동체를 만든다. 이기적인 염원만으로는 공동체의 균형이 유지되지 않는다. 오히려 개인의 욕구만 강조하면 공동체 내 불화와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결국 건강도 가정도 사회도, ‘나의 소망’이 아닌 ‘우리의 책임’을 기초로 발전한다. 이것이야말로 인간이 사회적 동물로서 살아가는 방식이며, 성숙한 삶의 윤리다. 『The Secret』은 이러한 사회적 상호의존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철저히 개인주의적이고 이상화된 사고방식을 부추긴다.



『The Secret』은 종교인가, 상업적 신앙인가?

『The Secret』은 흡사 신흥종교의 교리와도 같은 구조를 띠고 있다. 일본의 일부 종교처럼 “평생 한 가지만 기도하면 이루어진다”는 단순한 교리와 유사하며, 현실적인 노력이 아닌 ‘간절한 마음’만을 강조한다. 이는 전통적인 종교에서 말하는 책임과 도덕, 윤리의 실천이 결여된 ‘세속화된 신앙’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우주’라는 개념을 신으로 대체하고, 기도 대신 시각화를 강조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동일한 심리 작용을 노린다. 그것은 현실의 어려움 속에서 불안을 느끼는 개인에게 “당신은 이미 선택받았다”는 환상을 제공한다. 종교사회학적으로 보면, 이는 전통 종교가 사라진 자리에서 개인화된 신앙이 자기계발 콘텐츠로 변형된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이 신앙은 신도에게 책임을 요구하지 않는다. 윤리적 판단도, 타인에 대한 배려도 없다. 오직 ‘나의 욕망’만을 중심에 두고, 그것이 우주를 움직일 수 있다고 믿게 만든다. 이는 종교의 이름을 빌린 소비 상품이며, ‘믿음의 산업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 내용중 일부
p. 95 두 가지 강력한 도구



인간은 혼자가 아니다 — 공동체적 삶의 회복이 필요하다

『The Secret』의 핵심 문제는 인간을 철저히 고립된 존재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당신의 생각이 곧 현실이다”라는 주장은, 인간이 세계와 타인, 공동체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살아간다는 본질을 무시한다. 실제로 우리는 가족, 친구, 이웃, 동료와 협력하고 갈등하며 성장한다. 사회는 ‘나’의 성취 이전에 ‘우리’의 구조를 먼저 요구한다.

진정한 성공은 공동체를 위한 기여를 통해 이루어진다. 건강한 신체는 나의 절제뿐 아니라 사회 시스템의 지원 속에서 가능하며, 화목한 가정은 나 혼자만의 상상이 아니라 모두의 배려와 희생으로 형성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나의 소망은 타인의 현실과 연결되어 있으며, 그 관계 속에서 의미를 가진다.

결국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끌어당김이 아니라 뼈를가는 노력과 실천이며, 염원이 아니라 봉사와 책임이다. 인간의 욕망은 환상이 아니라, 공동체적 삶 속에서 조화롭게 실현되어 이루어져야 하고 정당하게 인정받아야 비로소 가치 있는 것이 되는 것이다.



『The Secret』은 현실을 외면한 매혹적인 신화다

론다 번의 『The Secret』은 철저히 개인주의적이고 몰사회적 세계관에 기반한 신화다. 그것은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을 이용해, 상상과 긍정적인 믿음만으로 얻을 수 있다는 환상을 판다. 하지만 인간은 결코 고립된 인간으로서 홀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없으며, 진정한 성공과 행복은 타인과의 관계, 공동체에 대한 기여와 책임, 그리고 꾸준한 실천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The Secret』은 신비의 법칙이 아니라, 책임 없는 욕망의 신화다. 이 책이 말하지 않는 진실은 이것이다.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먼저 그것에 걸맞은 책임과 실천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