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 4. 부조리의 장(章)



부조리를 상징하는 구부러진 활 그림


나의 아들은 선한자이고 의로운 자이나 도시의 안개 속에서 길을 잃고 끝없는 소음의 파도에 쓰러져 아버지에게 절규하며 묻는다. 아버지시여! “왜 살아야 합니까?”,“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그 물음에 내가 답을 구하여 온 세상을 헤매고 모든 지혜의 책을 찾았으나 답을 찾을 수 없어 절망한다. 아들의 절규에 답하지 못하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고통속에 무릎 꿇고 간절히 구하니 마침내, 말이 끊긴 고요의 심연에서 나는 한 음성을 들었고, 그 음성은 나를 꿰뚫고 나의 손을 움직여 여기에 써 아들에게 전하노라.


4. 부조리의 장(章)

하늘은 사랑하는 아들에게 진리를 이야기 하였으나 깊은 밤 별들이 흐르는 하늘 아래 아들은 흐느끼며 세상의 부조리와 사람들의 고통에 부르짖으니 하늘은 이와 같이 말하였도다.

  1. 부조리 속에서 나를 묻는 이들에게 빛의 말씀을 전하노라.

  2. “하늘이시여, 제가 왜 이 부조리 속에 던져졌나이까? 이 고통은 어찌하여 제 어깨 위에 놓였나이까?”

  3. 그대의 심장은 절규하고, 영혼은 물 위에 떠 있는 배처럼 흔들리고 있구나.

  4. 들으라, 너의 질문은 공허를 두드리는 것이 아니라 태초의 침묵에서 울려나온 생명의 언어이며, 보이지 않는 손이 이끄는 여정의 시작이니라.

  5. 그대가 부르짖을 때, 나는 이미 응답하고 있었노라.

  6. 그대는 말하였도다. “나는 왜 살아야 하는가?”

  7. 이는 예로부터 선지자들이 광야에서, 계곡에서, 바다에서, 별이 가득한 밤하늘 아래에서 드린 첫 질문이니라.

  8. 그리고 그 질문은 곧 존재의 첫 기도가 되었다.

  9. 그대의 절망은 저주가 아니라 생명의 시작이다.

  10. 그대가 무의미를 자각했을 때, 그대는 잠들어 있던 혼이 깨어났고, 창조의 불꽃이 심장에 심겨졌도다.

  11. “오 하늘이시여, 이 세상은 어그러졌고, 진실은 묻히며, 정의는 먼 곳에 있고 세상은 부조리합니다.”

  12. 그러하도다.

  13. 세상은 질서를 품고 있지만 침묵하여 드러내지 않고,

  14. 진리는 살아있으나 거짓속에 숨어 있어 끝내 세상을 밝히지 않는다.

  15. 그러나 그 침묵과 숨어 있음은 부조리의 영원함을 위한 것이 아니요,

  16. 그대가 이 부조리한 세계에 태어난 까닭은, 진실을 바로 세우고, 선함을 지키며, 쓰러진 자를 일으키는 자로 부름받았기 때문이니라. 혼돈 한복판에 그대를 위한 거룩한 여백이 숨겨져 있도다.

  17. 삶은 명령이 아니라 초대이니라.

  18. 오, 흙에서 온 자여. 삶은 그대에게 강요된 의무가 아니다.

  19. 삶은 하늘의 숨결이 그대 콧구멍에 들어가 “일어나, 빛이 되어라”고 속삭인 초대장이니라.

  20. 그 초대장은 말하노라.

  21. “너는 우연이 아니라 나의 숨결과 의지로 태어났느니라.

  22. 너는 나의 ‘뜻’을 묻는 자가 아니라,

  23. 나의 ‘뜻’을 이 땅에 적어 내려가는 자니라.”

  24. 그대는 질문을 하지만 답 그 자체가 되기 위해 태어났도다.

  25. 그대가 살아가는 매 순간이 바로 성전이며,

  26. 그대의 하루는 위대한 서사의 한 구절이요, 하늘의 기록에 남겨진 진리의 시편이니라.

  27. 창조하라! 이는 너의 길이니라.”

  28. 하늘은 말씀하시되

  29. “너는 황무지에 물을 내고, 어둠에 빛을 비추는 자가 되라.“

  30. 삶이 의미 없다고 느껴질 때, 그것은 그대에게 창조하라는 명령이 임한 때이니라.

  31. 이는 과업이 아니라 축복이요, 문제가 아니라 환희이니라.

  32. 그대의 외로움은 성소요, 그대의 눈물은 성수니라.

  33. 그대가 고통을 껴안을 때,

  34. 그대는 한 사람이 아니라 하늘과 땅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가 되느니라.

  35. 의지를 불태우라! 그 불은 꺼지지 않으리라.

  36. 아들아, 너는 연약하지 않다.

  37. 너의 심장에는 말씀이 깃든 불이 있으며,

  38. 그 불은 슬픔의 밤에도, 절망의 바람 속에서도, 나로부터 온 용기의 불꽃이 너의 가슴에 타오르리니, 너는 꺼지지 않으리라.

  39. 너의 고독은 속삭인다. “너의 삶엔 의미가 없다.”

  40. 그러나 하늘은 너에게 말하노라.

  41. “내가 너에게 생명을 주었거늘, 어찌 의미가 없으랴.

  42. 내가 너를 택하였거늘, 어찌 헛되다 하랴.”

  43. 의미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드러나는 것이니라.

  44. 그대는 의미를 기다리고 있으나, 하늘은 이미 그대 안에 씨앗으로 의미를 심어 두셨느니라.

  45. 그대의 의지, 사랑, 창조, 공동체, 그 모든 것은 하늘이 그대에게 심어둔 씨앗이니라.

  46. 그대가 살아야 하는 이유는 멀리 있지 않다.

  47. 그대의 숨결, 그대의 행동, 그대가 오늘 마주한 타인, 그 하나하나가 하늘이 주신 너의 사명이니라.

  48. 너는 혼자가 아니다. 두 세 사람이 함께할 때 거기에 항상 내가 있느니라.

  49. 오, 외로운 이여.

  50. 그대가 혼자임을 느낄 때에도,

  51. 하늘의 눈과 마음은 결코 그대를 떠나지 않으리니,

  52. “나와 함께 울 수 있는 자, 나와 함께 웃을 수 있는 자를 통해 나는 말하노라. 그들은 내 언어요, 내 증거니라.”

  53. 하늘과 함께할 때, 그대는 고통조차 신성한 연대로 바꾸게 되리라.

  54. 너의 반항은 나의 뜻이니라.

  55. 하늘을 믿는 이여!

  56. 그대가 이 부조리에 반항할 때, 그 반항은 죄가 아니라 거룩한 투쟁이니라.

  57. 하늘은 순종만을 기뻐하지 않으시며, 그대 안에서 자유롭게 춤추는 영혼의 떨림도 사랑하시나니,

  58. 진리와 선함 그리고 의로움을 위한 거룩한 저항 속에서도 그대를 알아보시느니라.

  59. 그대의 삶은 복종과 반항 사이를 오가는 춤이며,

  60. 그 춤이야말로, 인간을 하늘과 닮게 하는 숨겨진 예배요, 눈에 보이지 않는 영적 예술이니라.

  61. 이는 너의 길이며, 너를 위한 말씀이니라.

  62. 하늘은 별을 만들었고,

  63. 바다는 물고기를 낳았으며,

  64. 땅위의 그대는 공동체로 인간을 창조하였느니라.

  65. 그대야말로 살아있는 말씀, 움직이는 증거이니라.

  66. “그대여, 길이 없는 곳에 길이 되어라.

  67. 말이 끝난 곳에 말이 되어라.

  68. 그리고 사라진 빛의 자리에 다시 불을 밝히는 자가 되어라.”

  69. 그러므로 그대는 살아야 하며, 그 살아냄이 곧 고귀한 존재가 이 땅에 머문 증거이기 때문이니라.

이 말을 들은 나는 너의 고통 속에서도 별빛처럼 희미하게 타오르는 희망의 언어를 가슴에 품었고, 그 밤 이후, 저마다의 여백 위에 작은 불을 밝혔도다.

기도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