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아들은 선한자이고 의로운 자이나 도시의 안개 속에서 길을 잃고 끝없는 소음의 파도에 쓰러져 아버지에게 절규하며 묻는다. 아버지시여! “왜 살아야 합니까?”,“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그 물음에 내가 답을 구하여 온 세상을 헤매고 모든 지혜의 책을 찾았으나 답을 찾을 수 없어 절망한다. 아들의 절규에 답하지 못하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고통속에 무릎 꿇고 간절히 구하니 마침내, 말이 끊긴 고요의 심연에서 나는 한 음성을 들었고, 그 음성은 나를 꿰뚫고 나의 손을 움직여 여기에 써 아들에게 전하노라.
4. 부조리의 장(章)
하늘은 사랑하는 아들에게 진리를 이야기 하였으나 깊은 밤 별들이 흐르는 하늘 아래 아들은 흐느끼며 세상의 부조리와 사람들의 고통에 부르짖으니 하늘은 이와 같이 말하였도다.
- 부조리 속에서 나를 묻는 이들에게 빛의 말씀을 전하노라.
- “하늘이시여, 제가 왜 이 부조리 속에 던져졌나이까? 이 고통은 어찌하여 제 어깨 위에 놓였나이까?”
- 그대의 심장은 절규하고, 영혼은 물 위에 떠 있는 배처럼 흔들리고 있구나.
- 들으라, 너의 질문은 공허를 두드리는 것이 아니라 태초의 침묵에서 울려나온 생명의 언어이며, 보이지 않는 손이 이끄는 여정의 시작이니라.
- 그대가 부르짖을 때, 나는 이미 응답하고 있었노라.
- 그대는 말하였도다. “나는 왜 살아야 하는가?”
- 이는 예로부터 선지자들이 광야에서, 계곡에서, 바다에서, 별이 가득한 밤하늘 아래에서 드린 첫 질문이니라.
- 그리고 그 질문은 곧 존재의 첫 기도가 되었다.
- 그대의 절망은 저주가 아니라 생명의 시작이다.
- 그대가 무의미를 자각했을 때, 그대는 잠들어 있던 혼이 깨어났고, 창조의 불꽃이 심장에 심겨졌도다.
- “오 하늘이시여, 이 세상은 어그러졌고, 진실은 묻히며, 정의는 먼 곳에 있고 세상은 부조리합니다.”
- 그러하도다.
- 세상은 질서를 품고 있지만 침묵하여 드러내지 않고,
- 진리는 살아있으나 거짓속에 숨어 있어 끝내 세상을 밝히지 않는다.
- 그러나 그 침묵과 숨어 있음은 부조리의 영원함을 위한 것이 아니요,
- 그대가 이 부조리한 세계에 태어난 까닭은, 진실을 바로 세우고, 선함을 지키며, 쓰러진 자를 일으키는 자로 부름받았기 때문이니라. 혼돈 한복판에 그대를 위한 거룩한 여백이 숨겨져 있도다.
- 삶은 명령이 아니라 초대이니라.
- 오, 흙에서 온 자여. 삶은 그대에게 강요된 의무가 아니다.
- 삶은 하늘의 숨결이 그대 콧구멍에 들어가 “일어나, 빛이 되어라”고 속삭인 초대장이니라.
- 그 초대장은 말하노라.
- “너는 우연이 아니라 나의 숨결과 의지로 태어났느니라.
- 너는 나의 ‘뜻’을 묻는 자가 아니라,
- 나의 ‘뜻’을 이 땅에 적어 내려가는 자니라.”
- 그대는 질문을 하지만 답 그 자체가 되기 위해 태어났도다.
- 그대가 살아가는 매 순간이 바로 성전이며,
- 그대의 하루는 위대한 서사의 한 구절이요, 하늘의 기록에 남겨진 진리의 시편이니라.
- “창조하라! 이는 너의 길이니라.”
- 하늘은 말씀하시되
- “너는 황무지에 물을 내고, 어둠에 빛을 비추는 자가 되라.“
- 삶이 의미 없다고 느껴질 때, 그것은 그대에게 창조하라는 명령이 임한 때이니라.
- 이는 과업이 아니라 축복이요, 문제가 아니라 환희이니라.
- 그대의 외로움은 성소요, 그대의 눈물은 성수니라.
- 그대가 고통을 껴안을 때,
- 그대는 한 사람이 아니라 하늘과 땅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가 되느니라.
- 의지를 불태우라! 그 불은 꺼지지 않으리라.
- 아들아, 너는 연약하지 않다.
- 너의 심장에는 말씀이 깃든 불이 있으며,
- 그 불은 슬픔의 밤에도, 절망의 바람 속에서도, 나로부터 온 용기의 불꽃이 너의 가슴에 타오르리니, 너는 꺼지지 않으리라.
- 너의 고독은 속삭인다. “너의 삶엔 의미가 없다.”
- 그러나 하늘은 너에게 말하노라.
- “내가 너에게 생명을 주었거늘, 어찌 의미가 없으랴.
- 내가 너를 택하였거늘, 어찌 헛되다 하랴.”
- 의미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드러나는 것이니라.
- 그대는 의미를 기다리고 있으나, 하늘은 이미 그대 안에 씨앗으로 의미를 심어 두셨느니라.
- 그대의 의지, 사랑, 창조, 공동체, 그 모든 것은 하늘이 그대에게 심어둔 씨앗이니라.
- 그대가 살아야 하는 이유는 멀리 있지 않다.
- 그대의 숨결, 그대의 행동, 그대가 오늘 마주한 타인, 그 하나하나가 하늘이 주신 너의 사명이니라.
- 너는 혼자가 아니다. 두 세 사람이 함께할 때 거기에 항상 내가 있느니라.
- 오, 외로운 이여.
- 그대가 혼자임을 느낄 때에도,
- 하늘의 눈과 마음은 결코 그대를 떠나지 않으리니,
- “나와 함께 울 수 있는 자, 나와 함께 웃을 수 있는 자를 통해 나는 말하노라. 그들은 내 언어요, 내 증거니라.”
- 하늘과 함께할 때, 그대는 고통조차 신성한 연대로 바꾸게 되리라.
- 너의 반항은 나의 뜻이니라.
- 하늘을 믿는 이여!
- 그대가 이 부조리에 반항할 때, 그 반항은 죄가 아니라 거룩한 투쟁이니라.
- 하늘은 순종만을 기뻐하지 않으시며, 그대 안에서 자유롭게 춤추는 영혼의 떨림도 사랑하시나니,
- 진리와 선함 그리고 의로움을 위한 거룩한 저항 속에서도 그대를 알아보시느니라.
- 그대의 삶은 복종과 반항 사이를 오가는 춤이며,
- 그 춤이야말로, 인간을 하늘과 닮게 하는 숨겨진 예배요, 눈에 보이지 않는 영적 예술이니라.
- 이는 너의 길이며, 너를 위한 말씀이니라.
- 하늘은 별을 만들었고,
- 바다는 물고기를 낳았으며,
- 땅위의 그대는 공동체로 인간을 창조하였느니라.
- 그대야말로 살아있는 말씀, 움직이는 증거이니라.
- “그대여, 길이 없는 곳에 길이 되어라.
- 말이 끝난 곳에 말이 되어라.
- 그리고 사라진 빛의 자리에 다시 불을 밝히는 자가 되어라.”
- 그러므로 그대는 살아야 하며, 그 살아냄이 곧 고귀한 존재가 이 땅에 머문 증거이기 때문이니라.
이 말을 들은 나는 너의 고통 속에서도 별빛처럼 희미하게 타오르는 희망의 언어를 가슴에 품었고, 그 밤 이후, 저마다의 여백 위에 작은 불을 밝혔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