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이 떠나며 남긴 말은 칼날처럼 아버지의 가슴에 꽂혔고, 시리우스는 그날 이후 한 인간이기 이전에 비통한 아버지로서 길을 나섰다. 그는 답을 찾기 위해 모든 종교의 책을 펼쳤고, 산과 사막과 도시를 지나 현자들을 찾아 헤맸다. 그러나 말들은 많았으되, 그 질문에 닿는 대답은 끝내 손에 쥐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하늘은 알고 계셨다.
한 아버지의 비통함을, 한 인간의 물음을.
이름 없는 길 위에서 종교라 부르지 않은 진리를 더듬으며 걷는 시리우스를 하늘은 지켜보고 계셨다. 그가 믿음을 세우려 한 것이 아니라, 가련한 자식에 대한 사랑으로 이해하려 했음을 아셨다.
이에 하늘이 이와 같이 말씀하셨도다.
인간이 종교라 부르는 것은 이름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 들의 “왜?”를 찾는 길이며, 교리가 아니라 “어떻게?”에 대한 질문이며, 제도가 아니라 무리에게 주어진 대답이니라.
종교는 인간이 하늘의 뜻과 함께하려 스스로 믿음을 세울 때 태어나지만, 진리는 인간이 스스로를 내려놓을 때 비로소 숨 쉬는 것이라.
나는 이 순간, 내가 듣고 있는 이 들음이 과연 종교에 관한 것이냐고 물었다.
그러나 시리우스는 종교라는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는 이름이 진리를 가두게 됨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왜’를 질문하는 인간
1. 보라, 길을 잃은 자들이여.
아직 이름을 찾지 못한 젊은 영혼들이여.
스스로를 알지 못한 채
생명의 낮과 밤을 건너는 사람들이여.
2. 너희가 묻는 것은 우연이 아니며
너희가 두려워하는 것도 헛됨이 아니다.
하늘은 질문 없는 자를 부르지 아니하고
묻는 자에게 길의 틈을 열어 두신다.
3. 그러므로 들으라.
이는 사람의 말이 아니라
하늘이 인간의 의식에 새기는
조용한 음성이니라.
4. 인간은 하늘의 사랑으로 의미를 찾도록 지음 받았도다.
숨 쉬는 일은 살아 있는 모든 것에 주어졌으나
의미를 묻는 일은 오직 인간에게만 허락되었도다.
5. 사람은 태어남으로 시작의 이유를 묻고
죽음을 향해 걸으며 끝의 너머를 상상한다.
6. 또 사람은 스스로가 어디에 속하는지를 알고자 한다.
이 물음은 죄가 아니며
불경도 아니다.
7. 하늘은 태어남에 질문을 심어두었고
질문 속에서 스스로를 드러나게 하였도다.
8. 보라, 인간은 홀로 태어나
홀로 죽음의 문을 지나도다.
9. 아무도 대신 태어날 수 없고
아무도 대신 사라질 수 없도다.
10. 그러나 이 고독 속에서
하늘의 대답은 인간의 내면에서 스스로 드러나도록
씨앗을 두셨도다.
11. 하늘은 절대자의 속삭임으로
인간의 내면에 거처를 마련하였도다.
12. 이 언어는 외부의 장식이 아니라
개별 의식에 태초부터 심어진 씨앗이도다.
그 씨앗은 의미를 향해
스스로 뿌리를 내리고
때가 이르면
침묵을 뚫고 싹트느니라.
죽음 이후에 대하여
1. 보라, 인간이여.
네가 죽음 이후를 묻는 것은
삶이 가벼워서가 아니라
그 무게가 너무도 크기 때문이니라.
2. 보이지 않는 저 너머를 향한 물음은
오늘을 흔들기 위함이 아니라
오늘을 바로 세우기 위함이라.
3. 사람이 과거를 기억으로 쌓고
미래를 소망으로 세우듯,
사람의 신을 믿는 현재는
행위가 되어 증거로 남느니라.
4. 그러므로 인간은
저 너머로 이어질 죽음 앞의 삶이
헛되지 않기를 구하느니라.
5. 하늘이 말하노라
죽음 이후의 세계는
눈으로 보이지 아니하나
의식이 머무는 방향으로 이어지느니라.
6. 의식은 바람이 파도를 일으키듯 파동을 일으키고
같은 파동은 서로를 이어 스며드느니라.
7. 끝을 믿는 자의 현재는
절제로 스스로를 빛나게 하며,
심판을 아는 자의 행위는
무게를 얻어 하늘에 존귀함을 새기느니라.
공동체의 탄생과 혼돈
1. 보라, 인간이 모이면
힘은 폭풍처럼 함께 커지나
질서 없는 힘은
쉽게 스스로와 이웃을 파괴하는 광기로 변하도다.
2. 이성은 연료 없는 엔진과 같고
욕망은 회오리치는 휘발유와 같도다.
그러므로 하늘은
공동체 위에 기준을 세우게 하였도다.
이는 억압이 아니라
불이 길을 잃지 않게 하는 틀이며
힘이 공동체를 태우지 않도록
쓰임이 되게 하는 지혜로다.
절대 규범의 이유
1. 하늘이 말하노라.
환경에 따르는 윤리는
변화 앞에서 봄 눈처럼 녹아 사라지고
2. 선의의 합의는
횡포한 힘 앞에서 나약하게 흔들린다.
3. 그러므로 인간은
변하지 않는 기준을 요청하였고
하늘은 그것을
자기 내면에서 길어 올리게 하였도다.
4. 하늘이 심어놓은 절대성은 폭력이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 불러내어 싹틔우게 하신 울타리요
그것은 어둠 속에서
길을 가리키는 별이니라.
신을 인간과 닮게 그린 까닭
1. 보라, 하늘은
신을 인간과 닮은 형상으로 보여 주셨도다.
이는 인간의 눈을 가림이 아니요
다른 모습을 보지 못하는 인간의 이해를 위한 자비이니라.
2. 무한은 유한한 언어를 통하여만 들리고
초월은 닮음을 통해서만
의식에 스며드느니라.
3. 그러므로 하늘은 전지전능하시되
인간의 마음에 닿기 위하여
인간의 이해로
사람의 신을 보여 주셨도다.
믿음과 실재
1. 하늘이 말하노라.
너희가 믿는 것은
너희 안에서 믿는대로 스스로 작동하노라.
2. 믿음은 스스로 의식을 세우고
그 의식은 행위를 조율하며
세상 속에 실재가 되어 나타나느니라.
3. 그러므로 믿으면
있는 것과 같고,
부정하면
하늘은 침묵할 뿐이니라.
이는 변덕이 아니라
너희가 택한
창조의 방식이니라.
내면의 증인
1. 하늘은 외부에서 감시하지 않으시며
인간의 가장 깊은 곳에 증인으로 머물러 보시느니라.
2.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너를 바라보는 눈,
아무도 듣지 않을 때
너를 부르는 음성.
그 앞에서
인간은 스스로를 속이지 못하리라.
3. 이때 스스로의 복종은 굴복이 아니라
자기를 만들어 가는 길이며
존엄으로의 귀의이니라.
인간의 광기와 억제
1. 보라, 인간 안에 그들을 위하여 욕망의 씨앗을 심었으나
짐승의 피로 피었노라.
무리로 모이면
그 피는 더욱 요동치니라.
2. 하늘은 이를 외면하지 않으시고
사랑의 숨결로 묶어 스스로를 해치지 않게 하셨도다.
폭력은 희생으로,
탐욕은 봉헌으로,
광기는 경외로
향하게 하였도다.
3. 하늘이 말하노라.
인간이 인간으로 남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넘는 기준이 필요하도다.
자기 판단만이 최종이 되는 순간
모든 것은 정당화되고
존엄은 무너지기 때문이니라.
4. 그러므로 하늘은
인간 위에 있으시되
인간 안에 머무르시며
의식의 깊은 곳에
길의 울타리를 세우시도다.
신의 침묵
1. 보라, 하늘은
사람의 모든 질문에 즉각 답하지 않으시도다.
그러나 침묵은 거절이 아니라
내면으로부터 스스로 드러나도록 하는 성숙을 위한 간격이니라.
2. 하늘은 묻는다.
너는 왜 사는가.
너는 어떻게 살 것인가.
너는 무엇으로 스스로를 인간이게 할 것인가.
3. 이 물음에
날마다 응답하며 살라.
그것이 너와 너의 신을 향한 삶이며
너의 공동체가 답해야 할 공생의 길이니라.
이러한 응답이 인간으로 태어나는 길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