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국가 탄생의 장(場)



시리우스는 내가 국가에 대해 물었을 때 저녁 노을을 응시하며 눈을 감았다. 그가 국가로부터 직접 피해를 본 일은 없는 듯 보이나 모든 것으로부터 버림받은 것에 국가는 전혀 책임이 없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그는 담담히 하늘이 국가로 인간을 이끈 이유를 이에 말하였도다.

두려움에 포획된 인간

1. 보라, 인간이여.

인간은 삶을 갈구하고 죽음을 두려워한다.
이는 나약함이 아니라,
너희 안에 새겨진 보존의 표식이며
생명의 지속을 향한 의지의 증표이니라.

2. 그러나 보라, 인간은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존재로 지어졌도다.
그대는 서로의 손을 떠나서는
하루도 온전히 설 수 없게 만들어졌느니라.

3. 서로를 향한 갈망이 결핍을 품었고,
그 결핍은 욕망을 깨우며,
욕망은 분노와 시기와 탐욕을 낳는다.
이 또한 인간 안에 허락된 시험이니라.

4. 결핍이 없다면,
너희는 서로를 찾지 않을 것이며,
공동의 삶도, 물음도, 책임도 알지 못했으리라.

강제된 합의

1. 처음에 인간은 가족을 이루어
서로의 몸을 지키고 생을 이어가고자 하였으나,
결핍은 잠들지 않고
밤마다 야만의 본능을 흔들었도다.

2. 약탈은 또 다른 약탈을 불러왔고,
보복은 두려움이 되어
이웃을 먼저 죽이고, 스스로도 죽임당할 공포 속에
인간은 날마다 떨었도다.

3. 이에 피를 나눈 자들이 모여 씨족을 이루고,
씨족이 다시 모여 부족이 되었으며,
더 큰 힘으로 더 큰 위협에 맞서고자 하였느니라.

4. 젊은 자의 힘과
늙은 자의 경험이 모여
무리를 이루고
그 속에서 약탈에 대비하는
질서와 계급이 군대의 씨앗이 되었도다.

5. 그리고 마침내,
가장 강한 부족이
약한 부족들과 강제된 합의로 묶여
국가라 불리는 형상이 태어났느니라.

인간을 위한 도구

1. 그러나 기억하라.

국가는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며,

신이 인간 위에 씌운 족쇄도 아니니라.

2. 국가는 두려움 속에서,

서로를 믿지 못하는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

불완전한 도구일 뿐이니라.

3. 인간은 생존을 위하여 공동체를 필요로 하느니라.

그러나 공동체는

선(善)을 향하지 않으면 썩고,

이성을 따르지 않으면 무너지며,

공정을 잃으면 스스로를 잡아먹는다.

4. 인간은 분노하고,

인간은 탐욕스럽고,

인간은 스스로를 속이는 데 능하도다.

5. 그러므로 국가는

인간의 불완전함을 억제하고,

각자가 서로의 파괴자가 되지 않도록

경계를 세우는 역할을 맡았느니라.

6. 국가는 존재 자체로 인간의 선을 약속할 수 없으며,

인간이 서로를 해치지 않도록

선을 지향하게 만드는 장치를 필요로 하느니라.

7. 법과 제도는

자비의 대체물이 아니라,

자비가 사라졌을 때 마지막으로 남는

연약한 울타리이니라.

상호 불신하는 존재

1. 그러나 보라.

국가가 태어났음에도

인간의 탐욕은 사라지지 않았고,

타인의 것을 빼앗고자 하는 마음은

형태만 바꾸어 자유의 날개짓으로 살아남았도다.

2. 그러므로 국가는

기반을 세우고,

약속을 강제하며,

합의가 무너질 때 개입하지 않을 수 없었느니라.

3. 그러나 너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으니,

국가의 출발점은

인간의 생명과 재산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도다.

4. 국가는 보호를 위하여 만들어졌으며,

숭배를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 아니니라.

수단으로서의 국가

1. 만일 국가가

자신이 수단임을 잊고

스스로를 목적이라 여기게 된다면,

그때부터 인간은

국가를 위한 도구로 전락하느니라.

이는 질서의 완성이 아니라,

의미의 파괴이니라.

2. 국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존재임에도,

그 이름으로 행사되는 체계적인 폭력은

살과 뼈를 파괴하며 매우 구체적이니라.

3. 국가가 인간의 존엄을

자신이 추구하는 목적을 위한 재료로 삼는 날,

국가는 더 이상 수호자가 아니라

야수가 되느니라.

4. 국가가 질문을 거부하고,

비판을 적으로 규정하며,

충성만을 요구하는 순간,

국가는 공동체를 떠나

스스로를 신의 자리에 올려놓아

인간과 분리된 존재가 되느니라.

5. 그러나 보라. 그것의 실체를,

인간은 국가라는 가면을 쓰는 순간 사나운 늑대들의 탐욕에 물드나,

가면이 그늘 뒤의 실체를 가려주어 야수와 인간을 구분할 수 없게 하니

오직 가면을 벗을 때에 이르러야 그 변한 모습을 볼 수 있을 뿐이다.

6. 그러므로 보라,

인간은 끊임없이 국가라는 이름 뒤에 선 자들에게 물어야 하느니라.

“국가는 누구를 위하여 존재하는가?”

“국가는 인간을 보호하는가,

아니면 국가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 존재하는가?”

7. 이 질문이 멈추는 날,

국가는 괴물이 되고,

공동체는 껍데기만 남게 되느니라.

공동체를 위한 울타리

1. 그러므로 사람아,

마음을 깨워 들으라.

너는 국가가 인간의 얼굴을 잃고

짐승과 같은 괴물이 되지 않도록,

밤에도 잠들지 않는 양심으로 세워진 자이다.

2. 국가는 인간을 지키기 위해 맡겨진 임무요,

인간 위에 군림하도록 허락된 존재가 아니다.

3. 그러니 존중하되 숭배하지 말며,

질서를 따르되 침묵으로 굴복하지 말라.

4. 보라, 국가가 스스로의 이름을 높여 신의 자리에 앉고자 할 때,

그것을 방치하는 자 또한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리라.

5. 국가는 인간을 위해 세워졌고,

인간의 물음을 통하여 그 한계를 기억한다.

6. 그러므로 질문하라. 이는 불경이 아니요,

인간에게 맡겨진 거룩한 의무이니라.

질문하라

1. 너 자신을 기억하라.

너는 태어날 때부터

이미 너무나 큰 가치를 부여받은 존재이니라.

2. 너의 생명은 교환될 수 없고,

너의 존엄은 양도될 수 없으며,

너의 질문은 죄가 아니니라.

3. 성숙한 인간이란

힘에 굴복하지 않는 자가 아니라,

힘의 목적을 묻는 자이며,

4. 질서에 순응하는 자가 아니라,

그 질서가 인간을 살리는지 묻는 자이니라.


5. 그러므로 기억하라.

국가는 인간을 위하여 있고,

인간은 의미를 위하여 있으며,

의미는 두려움을 넘어

서로를 인간으로 살리는 길 위에 있느니라.

6. 이 말이 너희의 마음에 머물러

행동이 되고,

그 행동이 세상을 밝히는 횃불이 되기를 바라노라.

그리하여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귀함을 잃지 않도록,

국가는 울타리가 되고

너희 각자는

깨어 있는 파수꾼이 되어 울타리가 허물어지지 않도록 하며

너희는 가족과 이웃과 인간을 지키는 자가 되라.